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도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언제나 조용히 웃는다

하루에 현미 사 홉과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모든 일에 대하여

객관적 자세로

잘 보고 들으며 이해하고

그리고 잊지 않고

들의 소나무 숲 속의

작은 초가 오두막에 살면서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으면

가서 병을 돌봐 주고

서쪽에 지친 아막네가 있으면

가서 볏단을 지어 나르고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위로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사소하니까 그만 두라 말리고

가물 때에는 땀을 흘리고

냉해인 여름에는 허둥대며 걷고

사람들에게 얼간이라 불리고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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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상은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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