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지요 

멈추지 않는군요

샘솟듯이 가래가 끓어올라

저녁부터 불면과 객혈로

주위는 푸르고 조용하고

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상쾌한 바람인가

이제 청명도 멀지 않아서

푸른 하늘에서 솟는 듯이

상쾌한 바람이 부는군요

단풍나무의 새싹과 털 같은 꽃은

가을풀처럼 출렁이고

불탄 자리가 있는 등심초 멍석도 푸릅니다

 

당신은 협회에 다녀오시는지

검은 프록 코트를 입으시고

이렇게 열성껏 치료도 해주시니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한이 없습니다

 

피가 나고 있는데도

이렇게 태평하고 괴롭지 않은 것은

혼이 반쯤 빠져 나간 때문인지요

 

그저 피가 많이 나서

그 편안함을 말할 수 없는 것이 가혹합니다

당신이 보면 매우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맑고 투명한 바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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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상은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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